울고 싶은 나는 고양이 가면을 쓴다(泣きたい私は猫をかぶる)
사토 준이치·시바야마 도모타카/Netflix 제공
(스포일러 有)
엄청... 감명깊게 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처음부터 끝까지 봤으므로 리뷰를 써볼까 한다 사실 지금 졸려서 잠이라도 좀 깨고 싶다...
여타 교복 입은 친구들이 주인공인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렇듯 이 애니메이션도 사실상 청소년의 자의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너무 힘드니까 세상이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든가 좋아하는 남자애와 함께 있으면 세상이 전혀 달라 보인다든가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고 싶다든가 아무도(당연히 부모님 얘기가 나온다) 나한테 관심이 없어서 슬프다든가 그러니까 아무도 나의 진짜 모습을 모른다거나... 사람 사는 거 너무 힘들어 차라리 고양이가 되고 싶어~ 라는 누구나 해봤을 법한 얘기를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 것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 무난하고 예측하기 쉬운 얘기가 된다... 실제로 일본 내 평점 검색해보면 3~3.5 수준이다. 엄청 무난하다.
주인공의 집은 재혼가정이다. 어머니는 어느날 주인공을 두고 훌쩍 떠나 버렸고 아버지는 그 사이에 새로운 여성과 재혼을 했다. 어머니는 책임감이 없었고 아버지는 배려심이 없다. 재혼을 한 게 잘못이라기 보다는... 어색할 수 밖에 없는 관계를 어떻게든 억지로 좋게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보는 사람 속 터지게 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그냥 그럭저럭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하는 중학생이다.(사실... 이 나이 설정이 이 뒤의 모든 스토리의 개연성 그 자체인 것 같다... 세상이 밉고.. 그치만 동시에 세상의 중심은 나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한 그런... 사춘기의 집합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떠나갔던 어머니가 다시 돌아온다. 그러더니 같이 살자고 말을 한다. 아니 그런 얘기를 왜 미성년자 딸내미한테... 당연히 당장 헉 너무좋아요 당장 같이살아요 할 리가 없다... 오히려 자기를 둘러싼 세상은 왜 이모양인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흔들린 마음을 알아본 악역(비스무리한 존재)에 의해 고양이가 될 수 있는 가면을 손에 넣고, 고양이가 되어서 같은 반 남자아이를 만난다. 남자아이는 고양이한테 자기가 예전에 키우다 죽은 개 이름을 붙여준다.
왜 갑자기 주인공이 이 남자애를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되는지... 그 부분이 그렇게 개연성이 있지는 않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자기 주변의 어른들에 비하면 옛날에 키우던 강아지를 아직까지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에 호감을 느낄 만 하다. 그러니까 결국은 누군가 자기를 엄청나게 사랑해 줬으면 했던 것처럼 생각된다... 그 사랑이라는 게 변하지 않았으면 싶기도 했을 거고...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남자애 성이 히노데라는 게 이런 걸 의식한 네이밍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출은 매일매일 찾아오는 거니까...
원제는 猫をかぶる이다. 내숭을 떤다는.. 그러니까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일본 관용어이다. 앞부분 10분만 봐도 주인공은 주변에서 쟤 왜저래? 싶을 만큼 오버하고 밝게 행동하고 새어머니한테도 그렇다. 그리고 고양이 가면을 쓰면 고양이가 된다... 제목을 지어놓고 감독은 아놔 너무 찰떡이다 ㅋㅋ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하면 그런 이미지가 전부 사라져 버린다는 건 아쉽지만... 딱히 그런 중의적인 의미가 사라진다고 해서 원래 엄청난 대작이었던 게 평작이 되는 건 아니니까...
사실 제일 보면서 가슴이 아팠던 포인트는 주인공이 고양이가 되면서 그렇게 비어버린 자리를 꿰차고 인간이 된 고양이 이야기인데... 너무 스포일러라서 쓰기는 좀 그렇지만 아무튼... 사람이 쓴 이야기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개인적으로는 작화가 정말 좋았다. 채색도 깔끔하고... 배경과 인물의 조화라든지... 고양이 데포르메 라든지... 물론 그거 때문에... 어떤 갠즤나는 장면을 그리고 싶어서 장소이동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어차피 시각매체라는것이... 그런 것 아니겠나...싶기도 하고...
결론: 전체적으로 재밌게 봤다. 후반부가 좀 긴 느낌이 없지않아 있긴 했지만... 사실 중간에 울기도 했다... 근데 내가 울어봤자 뭐... 우리 집에서조차 이슈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리고 요루시카... 사실상 나부나... 평생잊지못할거야...(저주한다는 뜻)